🍏: 방과후학교의 추억. . . (끼익익끽끼익끽)

EP.6 from. HYUN

2023. 4. 24.

현이레터의 비밀: 아래 이미지를 누르면 레터와 어울리는 노래가 나와요.

"아! 이따가 얼음땡하자!!"

"안돼.. 나 오늘 바이올린 가야돼.."

님, 방과후학교를 아시나요? 제가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는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다양한 취미 수업을 가르쳐주는 추가 수업이 있었어요.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바이올린, 십자수부, 검도, 바둑, 장기, 클레이 등등..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까지 쭉 방과후학교 수업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웠답니다. 중학교 때는 기악부도 들어갔어요. 세컨드 바이올린이었죠. 근데 지금은 하나도 못 켠답니다. 하하. 그뿐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피아노도 배웠는데요, 2년 배우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더 다니지 않아 체르니 30에서 끝이 났습니다. 왕벌의 비행이 악보 총 4장이었는데, 2장까지는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쳐서 제가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으면 그 학원에 다니던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와서 쳐다볼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4장까지 완주하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

6년 간의 배움.. 도대체 무엇이 남았는가

클래식을 들으면 우울해지던 아이..

저희 엄마는 굉장히 고전적인 태교를 하셨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아이가 참 얌전하고 기품이 있게 되고, 인도 음악을 들으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믿으셨답니다. 실제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기품이 있지도 않고, 얌전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수학은 포기했답니다. (이런..) 아무튼 저희 집에는 온갖 클래식과 전통 음악 CD가 많이 있었는데 저는 클래식을 들으면 도무지 우울해져서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아이돌 박애주의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요. 사람 목소리가 없는 음악은 좋아하질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왜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친절해 보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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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우연히 불법 업로드 된 박찬욱의 영화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가슴 뛰는 OST들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OST는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Old Boy, 친절한 금자씨, 장화 홍련.. 종종 인터넷을 하다가 알게 된 좋은 음악이 있으면 악보도 다운 받고 혼자 열심히 뚱땅 거리기도 했지요.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graceful ghost 라는 노래인데, 생각보다 쉬워서 피아노로 칠 수 있는 유일한 곡이기도 합니다.

"I was perf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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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사가 없는 음악이어도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클래식 음악들은 나름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라 음악가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음악 사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죠. 대학교 교양 때는 서양음악사를 들었는데 (무려 100명 가까이 듣는 대규모 교양이었는데요) 그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분께서는 초임한지 얼마 안 된 시간 강사분이었어요. 수업에 대한 열정도, 음악에 대한 열정도 어마어마하던 피아니스트셨죠. 그분께서는 이런 저런 피아노 영상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오는 과제도 내주셨어요. 프란츠 리스트라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악보를 다 외워서 연주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악보를 외워서 연주해야한다고 투덜대시기도 하고...

한번은 레포트를 쓰는데 거기에 대고 '사람의 목소리는 다 달라서 같은 노래를 불러도 느낌이 다르지만, 악기는 소리가 똑같아서 다른 연주자가 쳐도 잘 구분이 안 된다... ' 라고 썼는데. 그 과제에 빨간펜으로 '피아노 연주도 다 다르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피드백을 남겨주신 거예요. 그때는 이 교수님 정말 열정충만 오타쿠같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최근, 제 친한 친구가 조성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즐겨 듣는 조성진의 연주곡 영상을 몇 개 추천해줬는데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무려 40분이나 되는 음악을 다 들을까? 하는 생각에 적당히 대꾸했어요. 제가 암만 친구를 좋아해도 40분짜리 클래식 영상을 어떻게 다 봅니까? 그런데 저는 친구가 보라고 하는 영화, 친구가 보라고 한 책은 양심상 꼭 듣고 읽어야하는 병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노래를 몇 개 챙겨 듣다보니 알고리즘에 추천 영상이 몇 개 뜨고 이것 저것 듣다 보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도 생기게 된 거예요!

"브람스.. 아니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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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니콜라이 루간스키 아저씨인데요. 이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너무 좋아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틀고 출근하면서 또 다시 틀고 일 하면서도 듣고 그러는 중입니다. 이 노래는 너무 좋은 부분이 많은데 제가 먼저 스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여러분도 들어보고 어느 부분이 유독 좋았는지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다음 레터 때 몇분 몇초가 제일 좋았는지 알려드릴게요. 아무튼, 니콜라이 루간스키 아저씨가 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느낌이 정말 다르더랍니다. 그 교양 교수님 말씀대로요. 그때 오타쿠의 그뭔씹.. 인줄 알았던 그 발언이 드디어 체감 되었습니다. 같은 피아노 연주여도 연주자에 따라 곡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께 뒤늦게라도 죄송하다고, 교수님 말씀이 정말 맞았노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그리고... 니콜라이 루간스키 아저씨께서 올해 내한하신다고 해서 저도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10년 전의 저라면 제가 제 돈 주고 자의로 클래식 공연을 갈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텐데 말이죠. 여러분도 같이 가실래요? 넝~ 담 ㅋㅋ

오늘은 여러분도 한번쯤은 들어보면 좋을 .. 가요가 아닌 노래들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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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는 길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먼 길

후지산 아래서 온 저 나무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친구란 두 개의 몸에...

죽음의 무도

오늘은 여러분들이 들어야하는 음악이 꽤 많으니 여기서 말을 마치도록 할게요. 오늘은 뭐 듣지? 싶은 기분이 든다면 잊지 말고 현이 레터의 음악을 아무거나 들어보세요. 하나쯤은 님의 취향을 저격하는 노래가 있을 거예요. 다음주는 벌써 근로자의 날도 있고, 어린이 날도 있는 행복한 5월입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세요. 저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찾아올게요. 그때까지 안 ~ 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