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 금자씨 좋아하시나요?

EP.19 그러니까 유괴범이 유괴범 아이를 유괴한 거야.. 재밌지?

2025. 7. 1.

🍏: 님, 금자씨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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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하이. 잘 지내셨어요?

아주 옛날에… 아마도 여섯 번째 편지였던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능을 보고 나서 대학 입학 전까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그 시기 있잖아요. 유튜브를 구경하다가 영화 <올드보이>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 시절엔 유튜브가 무법지대였던 터라 영화가 풀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날 밤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끝까지 다 봤어요. 충격적인 결말에 놀라 감독이 누군지 검색해 보고,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됐어요. 이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다 찾아보게 됐고요. 그때부터 저는 ‘씨네필이 되고 싶다’라는 욕망에 사로잡혔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영화 100선 같은 걸 찾아서 보기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너무 좋다는 영화 특징: 졸라 어렵고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몰루겠음 !!

저는 어려운 영화도 척척 이해하고, 숨겨진 의미도 알아내고, 감독의 의중을 알아채는 똑똑한 씨네필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냥 적당히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죽어라 돌려보는 스타일이랄까요? 아무튼, 오늘은 밤에 유튜브 세상을 서핑하다가 만난 금자씨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조금조금 쪼개서 와봤습니다.

그렇다면 렛츠고 !!

님은 복수 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사실 복수 같은 거 귀찮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증오하며 사는 건, 그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힘든 일이잖아요. 누군가가 저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든데, 내가 누굴 미워하며 산다면 더 피곤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만약 어떤 일이 계속 마음을 무겁게 하고, 그 일의 결과가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면? 그 감정을 ‘마무리할 용기’는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그게 복수일 수도 있는 거겠죠.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이금자는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13년 전, 교생선생님으로 만난 백선생의 교묘한 꼬드김에 휘말려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당시 금자는 순진했고, 착했고… 동시에 너무 무지해서 본인이 악을 돕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쓰고,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되면서, 금자는 긴 세월 동안 조용히 복수를 준비합니다. 영화는 13년이 걸린 금자의 복수의 여정을 담고 있어요. 그 끝에는 과연 평안이 있었을까요?

<친절한 금자씨>가 재미있는 이유 ... ❤️

1. 반가운 얼굴들.. 🌞

금자는 감옥에서 13년간 복역하면서 겉으로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척을 합니다. 기도는 이태리타월이라며, 죄를 씻으려면 계속 문질러야 한다고 말하면서요. 그런데 그 기도는 사실 '선을 위한 기도'가 아니었어요. 복수를 위한 퍼즐을 맞추기 위한 기도였죠. 금자는 감옥 안에서도 조금씩 ‘나쁜 일’을 합니다. 애인을 만들고, 심복을 만들고,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극진히 모시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자신의 편을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올드보이의 최면술사, 감금시설의 사장, 뉴스데스크 앵커 등등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만났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심지어 신하균 배우와 송강호 배우는 영화 박쥐에서 다시 만났네요!) 복수를 마친 금자가 만나게 된 다 큰 원모는 유지태 배우죠.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2. 너무너무 기괴해요...

번역만 해주면 되는데 되는데 뉘앙스랑 말투까지 맛있게 살려서 통역을 하는 백선생이나, 제니가 양부모를 협박하기 위해 칼을 든 장면, 금자가 마녀에게 “그러니까 언니, 빨리 죽어~”라고 웃으며 말하는 장면 등등, 화사한 화면과 아름다운 소품들이 공존하는데, 무섭고 기괴한 장면들이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영화. 그 묘한 감정이 <친절한 금자씨>의 매력 같아요.

3. 금자와 어울리는 소품들

물방울 드레스, 빨간 섀도우, 벽지, 케이크… 발포 거리는 짧지만 효과는 확실했던 총까지. 박찬욱 감독이 집요하게 좋아하는 디테일들이 금자에게 너무 잘 어울렸어요. 그 미장센의 중심엔 이영애 배우의 얼굴이 있었고요. 복수 삼부작 중에서도 눈이 가장 즐거운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그나저나 오늘 친절한 금자씨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정말 밤에 라디오 켜놓듯 무언가 들으면서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지선씨네마인드>가 보고 싶더라고요. 어떤 편을 볼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금자씨편을 선택했어요. 함께 나오는 고수희 배우님도 너무 반갑고, 성우로 특별 출연한 제니 역의 김세원 성우도 함께 진행을 도우시거든요. 사실은 지선씨네마인드를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빙빙 돌아왔습니다.

'친절한 금자씨' 완전 해부 | 지선씨네마인드2 '친절한 금자씨' (SBS 방송)

영화를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한 번 더 보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 같아요. 영화를 통해서 넓어진 세계가 또 확장되는 느낌이랄까요? 영화를 좋아하는 장도연님과 범죄심리학자인 김지선 교수님, 그리고 영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수희 배우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정말 재미있고 제가 놓친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참 좋더라고요! 꼭 이 영상도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지선 교수님과 장도연님이 함께하는 시네마인드는 평소에 재미있게 보셨을 법한 유명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심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데, 재미있게 봤던 다른 편들도 함께 추천해 드릴게요.

얘기가 나온 김에 🎶 오늘의 추천곡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삽입되었던 OST로 골라봤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셨다면, 찬찬히 들으면서 "아 요 장면 진짜 좋았는데…" 하고 떠올려보셔도 좋고요. 아직 안 본 영화라면, 노래 먼저 듣고 감상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순서일지도 몰라요. 영화 속 장면들을 클릭하시면, 노래가 나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뭘까요? 일단 자극적이어요. 지루할 틈이 없잖아요. 저처럼 집중력 없고 산만한 사람도 한숨도 지루할 틈이 없게 하고, 무엇보다 어렵고 자극적인 내용을 쉽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또 영화라는 건 보통 커다란 주제가 있고, 거기에 어울리는 조건 같은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사랑하고 싶을 때 보는 영화’라든지, ‘여름이 오면 보고 싶은 영화’ 같은 거요. 그런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그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오늘은 숙희랑 히데코가 보고 싶다, 오늘은 금자씨가 그립다—이런 마음으로 보게 되는 거죠. 어떤 트리거도 없이, 그냥 “박찬욱 영화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설마 복수하고 싶을 때 박찬욱 영화 보는 사람 있는 거 아니겠지.. 그럼 웃기겠다.. 상상했는데 너무 웃김 ...

무엇보다도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이야기는, 보는 사람이 2시간이라는 타임라인 밖에 있을 영화의 모든 디테일과 인물의 삶을 영원히 궁금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문득 궁금할 때가 있어요. 금자씨가 제니랑 잘 살고 있을지, 그토록 원하던 마음의 평화는 찾았을지, 그리고 금자를 도왔던 재소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유가족들도 비밀을 지키고 잘 살고 있을지 하는 것들이요. 저는 금자씨를 좋아해서 금자씨가 잘 지내고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쁜 베이커리 가게를 차렸길 바라며..

오늘은 요렇게... 늦은 밤, 지선씨네마인드를 라디오 삼아 뭔가 하다가 퍼뜩 떠올라, 친절한 금자씨를 주제로 돌아와 봤는데 어떠셨는지요. 기회가 된다면 또 재미있게 본 다른 영화 이야기로 돌아올게용.

그럼, 곧 봐요~ !!

p.s. 메인배너 현이가 그렸어요오오.. ///// (당연히 그랬겠지..)